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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패권’흔드는 비트코인?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을까

#비트코인#디지털화폐#암호화폐

​​​​​​​디지털 세계에만 존재하던 비트코인이 현실에 처음 사용된 건 2010년이었다. 미국의 프로그래머 라스즐로 핸예츠가 30달러 상당의 파파존스 피자 2판을 1만 비트코인(당시 약 41달러)과 교환하겠다는 글을 인터넷 비트코인 포럼에 게시하면서부터다. 당시만 해도 비트코인은 잘 해봐야 교환 수단일 뿐 그 자체로는 가치가 거의 없으며, 법정화폐처럼 법적인 보증 주체도 없어 화폐로서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여론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면서 핸예츠는 피자 한 판에 3000억 원을 넘게 치른 셈이 됐다. 비트코인의 가치에 대해서는 "없다”(워런 버핏)라는 의견과 "살 걸 그랬다”(짐 로저스)라는 한탄이 엇갈리는 등 전설적인 투자자들조차 제각각의 의견을 내놓고 있다. 다만,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비트코인이 가치있는 자산이라고 많은 사람이 믿고 있고, 이에 따라 비트코인이 현실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비트코인 열풍으로 인한 달러 위상의 하락과 비트코인 투자에 대한 VC 업계의 견해를 짚어보자.

글. 성수영 한국경제신문 기자

비트코인 '달러 패권 위협설', 왜 나오나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이 달러의 세계 기축통화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대표적이다. 이 신문은 최근 부편집장 칼럼을 통해 달러의 위상 하락이 비트코인 열풍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연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부터 최근의 코로나19 위기까지 막대한 액수의 달러를 풀었다. 이로 인해 달러 가치가 낮아졌고, 자산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대안으로 비트코인이 부상했다는 설명이다.

비트코인은 특정 국가의 정부나 중앙은행에 휘둘리지 않는다. 정치적인 목적 등으로 인한 인위적인 절하나 통제에서도 자유롭다. 얼마든지 찍어낼 수 있는 법정화폐와 달리 발행량이 총 2100만 개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들은 비트코인의 이 같은 장점에 주목했다. 테슬라는 비트코인 15억달러어치를 사들이면서 비트코인으로 차를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고, 트위터의 최고경영자(CEO)인 잭 도시는 비트코인 관련 펀드를 조성했다.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빅테크 기업들이 비트코인을 밀어 주자 기관투자가들도 앞다퉈 암호화폐에 문호를 열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암호화폐 거래 데스크를 다시 열었다. 골드만삭스 관계자는 매트 맥더모트 골드만삭스 가상자산 글로벌 책임자는 “다양한 기관들의 거대한 수요에 비춰볼 때 이번 비트코인 강세장은 2017년 폭락장과 상황이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당국·주류 학계 “달러 위협은 어림없는 소리”

반론도 만만찮다. 주요 선진국의 재정·금융당국은 연일 "비트코인은 기존 통화를 위협할 수 없다”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제임스 불러드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CNBC 방송에 출연해 “먼 미래까지도 ‘달러 경제’는 계속될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안전한 가치 저장소를 원하며 결국 달러에 투자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경제금융질서의 수호자인 중앙은행이 비트코인을 불편하게 여기는 건 당연한 현상이다. 누가 만들었는지도 알 수 없는 디지털 데이터가 화폐 자리를 넘보게 되면 중앙의 통제력은 약화되고, 혼란이 야기될 소지도 커진다. 특히 미국 입장에서는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위협하는 시도를 용인하기 어렵다.

비트코인을 반대할 명분도 넘쳐난다. 비트코인을 채굴하려면 컴퓨터를 이용해 해시함수에 nonce 값을 대입하는 작업을 무한히 반복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막대한 컴퓨팅 파워와 전력이 소모된다. 또 비트코인은 추적이 어렵다는 점 때문에 불법활동에 사용되는 일이 많다.

경제학자도 비트코인 열풍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월가의 닥터 둠(대표적인 비관론자)’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FT 기고문에서 "아무 가치도 없고 계량도 할 수 없는 디지털 기호를 통화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터무니없다”라고 단언했다.

‘디지털 화폐' 등장으로 복잡해진 방정식

달러 패권과 비트코인 가치를 동시에 위협하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암호화폐의 미래를 내다보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중국은 지난해 12월부터 디지털 화폐인 '디지털 위안'를 시범 발행해 지급했다. 디지털 화폐는 말 그대로 지폐 등 실물 없이 통용되는 돈이다. 은행 계좌가 없어도 사용할 수 있으며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해 가치를 보증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디지털 화폐 보급이 확산되면 제도권에서 암호화폐의 교환 수단으로서의 가치는 확연히 떨어진다. 디지털 화폐의 가치가 훨씬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익명성이 필요한 거래에서는 여전히 암호화폐가 쓰일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디지털 위안은 누가 얼마만큼 보유했고 어디에 사용하는지까지 인민은행과 중국 정부가 파악할 수 있어 부담이 크다.

비트코인 투자, 기업에 득일까 독일까

기업들은 비트코인 투자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미국 나스닥 상장사이자 IT 컨설팅기업인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보유한 현금성 자산의 80%를 비트코인에 '몰빵'해 성공한 사례다. 이 회사는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지난해 8월부터 비트코인 투자를 시작해 현재 9만 개 넘는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비트코인 투자로 얻은 평가이익이 수조 원대에 달하면서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주가도 급등했다. 지난해 중순 120달러 전후에서 머물던 마이크로스트레티지 주가는 한때 1300달러를 넘어섰다가 18일 기준 700달러선을 유지하고 있다.

테슬라를 필두로 많은 기업이 비트코인 투자에 뛰어들었지만 여전히 주요 글로벌 기업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에 직접 투자하는 데 대체로 회의적이다. 다만 비트코인 결제 서비스 등에 간접 투자하는 방식은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자동차 제조사인 제네럴 모터스(GM)의 메리 바라는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할 계획은 없다”라면서도 "다만 서비스 및 차량 구매 비용 결제 수단으로 가상자산을 채택할지 여부를 두고 계속 고객 수요를 모니터링하겠다”라고 말했다.

VC업계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비트코인 열풍으로 인한 기회는 노리되, 암호화폐 자체와 관련한 직접 투자는 삼가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거래소의 경우 비트코인 시세가 오르든 내리든 수수료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인기 있는 투자처로 꼽힌다. 하지만 거래소를 제외한 관련 기업들의 몸값은 최근 상승장에도 크게 오르지 않았다. 정부가 암호화폐에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면서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이 정책 지원에서 소외됐다는 이유도 있다.

※ 본문의 견해와 주장은 필자 개인의 것이며, 한국벤처투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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