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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스톤3호벤처투자조합 양도 그 뒷이야기
- 세컨더리 시장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와 협업 -

봉원오 한국벤처투자 팀장
#회수시장#세컨더리펀드#Tail-end#캡스톤3호

중간 회수 시장 활성화에 대한 필요성 높아

창업초기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국내 벤처펀드 운용사들은 큰 고민거리를 갖고 있다. 이전과는 다르게 창업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면서, 투자처 발굴은 어렵지 않은데 투자금을 회수할 방법이 요원하다는 것이다. 이런 고민은 국내 회수 시장의 고질적 문제에서 기인한다.

첫 번째로 국내에서 구주의 인수 또는 LP지분의 인수를 주목적으로 하는 세컨더리 펀드가 운용되고 있기는 하나, 운용 방식이 블라인드 방식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블라인드 방식의 운용은 투자 대상이 정해져 있지 않아, LP가 출자를 결정해야 하는 시점에 어느 기업에 투자할지 알 수 없어 출자를 망설이게 한다. 특히 리스크 관리에 민감한 대형 금융기관, 연기금 등은 이러한 blind pool risk에 대해 위험회피적인 성향을 보인다. 이런 리스크는 대형 LP가 세컨더리 벤처펀드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줄이는 요인이 된다.

두 번째로는 벤처펀드의 존속기간과 기업이 IPO까지 걸리는 기간과의 미스 매칭에서 발생한다. 국내에서 성공적인 회수라 일컬어지는 IPO는 전체 회수 유형 중 19.2%(2018년 기준)를 차지한다. 그러나 벤처펀드 입장에서는 IPO로 인한 회수를 기대하기에는 그 기간이 너무나 길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창업한 이후 IPO까지 13년 이상이 걸린다. 그러나 벤처펀드의 존속기간은 7년~8년 정도로 통상적인 청산기간 연장을 고려하더라도 펀드 청산 전에 IPO로 투자금을 회수하기에는 어렵다. 특히 초기기업 투자를 주목적으로 하는 펀드의 경우는 더욱 더 그러하다.

이렇듯 국내 벤처펀드의 회수 시장은 새로운 LP의 참여 제약과, 단절된 중간 허리라는 고질병이 남아있는 시장이다. 그렇기에 벤처투자업계의 오랜 염원 중 하나가 중간 회수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었고, 시장 활성화를 위한 불쏘시개 역할을 한국벤처투자가 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되어 왔다.

<자료 : 한국벤처캐피탈협회 Yearbook 2019>

중간 회수 시장의 싱크홀을 메우기 위한 콜라보레이션

우리는 중간 회수 시장의 싱크홀에 사다리를 놓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그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파트너로는 한국성장금융을 택했다. 한국성장금융과 회수 시장의 문제점에 대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해결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한 결과 해외시장에서 회수의 방법으로 많이 사용하는 Tail-end 거래를 국내에 첫 선을 보이기로 했다. 모태펀드의 자펀드 중 한 개를 Tail-end 방식으로 재구조화하는 거래를 성사시키기로 한 것이다. 물론 논의 과정에서 격론을 거치기도 하였으나, 벤처투자 시장에서 양사가 차지하는 역할을 고려할 때 모범적인 중간 회수 모델을 보여주는 것이 매우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기에 큰 틀에서 합의를 이룰 수 있었다. 이번 거래는 우리가 초기기업 투자를 주로 하는 펀드를 많이 보유하고 있고, 한국성장금융은 기업의 성장에 사다리 역할을 한다는 사명을 갖고 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무엇보다 양사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한 신뢰가 바탕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번 거래의 대상이 된 조합은 '캡스톤3호벤처투자조합'이다. 해당 펀드는 초기기업 투자를 주목적으로 하는 펀드로 만기가 이미 도래하였음에도 52개나 되는 잔여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였다. 직방, 센드버드, 왓챠, 퀄슨, 마이리얼트립 등 회수가 기대되는 포트폴리오도 꽤 많았다. 그러나 청산기간 연장을 고려하더라도 52개나 되는 포트폴리오를 성공적으로 회수하기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었고, 그 기간에 어떠한 변수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오히려 그렇기에 중간 회수의 모델을 보여주기에 너무나 적합한 펀드라고 판단되었다. 수익률도 준수한 편으로 펀드 전체의 multiple은 1.8에 달했기에 즉시 회수를 결정하더라도 손해 볼 것이 없는 거래였다. 그래서 우리는 잔여 포트폴리오 전부를 새로 결성하는 펀드에 통매각하기로 결정하였고, 새로운 펀드의 주요 LP로 한국성장금융이 참여해주기로 하였다. 다만, 기존 캡스톤3호 조합의 LP들은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LP지분 세컨더리 활성화라는 정책적 목적을 선명히 보여줄 수 있는 전형적인 사례를 원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펀드의 GP로는 캡스톤파트너스와 메타인베스트먼트가 Co-GP 형태로 참여한다. 캡스톤파트너스는 투자기업과 창업 초기부터 같이 동고동락했던 파트너로서 지금까지 조력자의 역할을 훌륭히 해왔기에, 향후 더 큰 성장을 위한 파트너 역할로 반드시 필요한 GP였다. 메타인베스트먼트는 세컨더리 벤처펀드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평판을 쌓아온 운용사로 해당 시장에서 펀딩 능력이 있었다. 이 두 운용사의 조합은 가히 어벤저스급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컨더리 시장 활성화로 국내 벤처투자 시장에 활기 기대

이번 거래는 세컨더리 조합의 LP들이 펀드 결성 전에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인하고 참여한다. 블라인드 투자라는 허들로 인해 출자를 망설이는 대형 금융사와 연기금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로 인해 새로운 LP pool의 벤처투자 시장 유입을 기대하고 있으며 시장의 외연확장을 꿈꾸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세컨더리 전문 운용사의 출현으로 초기기업 전문 투자사와 대형 운용사와의 간극을 메우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해 펀딩 시장이 제약되고 있으며, 이는 벤처펀드 운용사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고착화시킬 것이다. 이런 현상은 벤처생태계에 바람직하지 않다. 국가도 중산층이 탄탄해야 재정이 탄탄해진다. 투자 시장에는 다양한 레이어가 존재해야 하고 각각의 레이어에 투자사가 골고루 분포하고 있어야 하며 그중 특히 중간층이 탄탄해야 건강한 벤처생태계가 될 수 있다는 개인적인 지론이 있다.

위의 내용이 벤처투자 시장을 매크로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이번 딜의 의미라면, 좀 더 마이크로적인 관점으로 바라보았을 때 기대되는 효과들은 다음과 같다.

1) 운용사 : 초기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투자회사의 입장에서는 펀드를 지속적으로 조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초기부터 조력자의 역할로 성장시켰던 기업을 Growth펀드로 옮겨 담는 과정에서 펀딩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투자기업의 히스토리를 모두 알고 있는 초기 투자자가 그렇지 않은 투자자에 비해 세컨더리 펀드의 LP를 설득하기 훨씬 수월할 것이라는 건 쉽게 예상할 수 있다.

2) 기업 : 펀드 만기로 인해 기존 투자자가 지분을 매각하거나, 투자금을 상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영 리스크를 줄임으로써 창업자가 본연의 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할 것이다.

3) 한국벤처투자 : 중소·벤처기업 및 유니콘 육성이라는 정책적 목표를 갖고 있는 기관입장에서는 같은 운용사가 기업의 초기단계부터 성장단계까지 케어를 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펀드 만기라는 제약으로 인해 투자자를 손바꿈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불필요한 분쟁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또한 펀드 해·청산에 걸리는 기간을 단축함으로써 출자원금을 빨리 회수하여 다른 초기 펀드에 출자재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벤처투자자금의 회전율을 높이는 것이다. 높은 IRR을 얻는 것은 덤이다.

이번 딜의 시작 단계에서는 벤처투자 시장에 작으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그 바람이 확신으로 변했다. 시장에 아주 의미 있는 딜이 될 것이라는 피드백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간 수많은 회수 시장 활성화 정책들이 있었으나, 이번에는 다르다. 벤처투자 시장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두 기관 LP가 머리를 맞대어 이루어낸 협업의 결과물이다. 정책 설계를 통해 유도하는 넛지 방식이 아니라 직접 표본이 될 만한 결과물을 거래를 통해 보여주었다. 시장에 세컨더리 시장 활성화라는 확실한 시그널을 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본다.

※ 본문의 견해와 주장은 필자 개인의 것이며, 한국벤처투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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