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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NYSE 상장이 시사하는 한국 벤처투자 시장의 확장

오지성 뮤렉스파트너스 부사장
#쿠팡#글로벌자본시장#회수시장

설립 11년 만에 한국의 Big 3 IT기업으로 성장한 쿠팡

내가 이 칼럼을 쓰는 때(2021년 2월 15일), 쿠팡의 미국 증권거래소(NYSE) 상장 진행 소식이 한창이다. 쿠팡의 상장 소식을 읽고, 20여 년 전 US오픈에서 우승한 박세리 선수 이후의 ‘세리키즈’ 효과가 떠올랐다. 동양의 신인, 박세리가 1998년 미국의 가장 권위 있는 여자골프대회에서 우승한 후 후대의 재능들의 롤모델이 되어 수많은 제2, 제3의 박세리를 만들어 냈다. 저는 지난 주 공개된 쿠팡의 S-1보고서를 읽으면서 한국 스타트업 업계에 ‘쿠팡키즈’ 효과가 일어나지 않을까 예측해 본다.

지난주 공개된 쿠팡의 S-1 보고서를 보고, IT 관계자 및 투자자들은 쿠팡의 모바일 쇼핑 생태계 지배력에 크게 놀라는 모습이다. 벤처투자자로서 내가 가장 놀랍다고 판단하는 점은 쿠팡의 예상 기업가치다.(아마 이 칼럼이 공개된 시점에는 쿠팡의 상장이 완료되어 이러한 예상이 맞거나 틀리거나 현실이 되어 있을 수도 있다.) CNBC 등 경제 전문 미디어들은 쿠팡의 기업가치가 USD 50Bil(원화 기준 50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예상이 현실이 된다면, 쿠팡은 설립 11년 만에 한국의 Big 3 IT 기업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2021년 2월 10일 기준으로 네이버는 60조 원, 카카오 및 카카오게임즈는 합계 48조 원의 상장 기업가치로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 자본시장을 적극 활용하여 성장한 쿠팡의 결과는 많은 창업가들과 스타트업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자본시장을 활용했기에 가능했던 일

쿠팡은 한국 소비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하였지만 지본조달 측면에서는 글로벌 자본시장을 활용했다. 대부분의 한국 투자자들이 쿠팡의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를 우려하는 동안 쿠팡은 글로벌 최대 투자자들의 자금을 투자 받았다. 세콰이어캐피탈, 소프트뱅크가 주요한 투자자였다. 이번 상장까지 미국에서 완료하면 쿠팡은 한국에서 사업을 진행하지만 법인 설립, 투자 유치, IPO 등 자본조달 대부분을 글로벌에서 진행하여 성장한 유일무이한 스타트업 성공사례가 될 것이다. 만약 쿠팡이 한국의 벤처 자본시장을 활용했다면 이러한 성장을 거둘 수 있었을까? 쉽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한국 벤처투자 시장이 쿠팡과 같은 성공사례를 경험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쿠팡은 설립 4년 차에 세콰이어캐피탈 등으로 수천억 원을 조달했고, 이후 소프트뱅크 등으로 수조 원을 조달하였다. 반면, 한국의 벤처투자는 전체 연간 4.3조 원 규모로 1개 기업당 평균 투자 금액은 20억 원 수준으로 머물러 있다(2020년 KVCA 통계 기준).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벤처투자시장에서도 수백억 원 단위의 벤처투자 건들이 크게 증가하였지만 이러한 기업들에 대한 회수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커지는 것도 현실이다. 솔직히 말해서, 아직 한국의 벤처투자시장은 이번 쿠팡의 사례처럼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서 더욱더 대규모 기업으로 성장시켜본 경험이 없다. 대부분의 한국 유니콘 기업들은 글로벌 자본에 의해 유니콘으로 성장하였고, 쿠팡의 성공사례는 더욱더 글로벌 벤처투자 자본과 한국 벤처투자 자본 간의 경험과 시야 차이를 드러낸 사례가 될 것이다.

한국 VC, 글로벌 자본시장에 대한 경쟁력 강화해야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글로벌 벤처투자 자본에 대한 수요가 점점 더 증가할 것이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비교적 초기 라운드에서는 국내 벤처투자 회사들의 자금 공급이 좀 더 쉽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투자 라운드가 커질수록 글로벌 벤처투자 자금을 유치하여 더 큰 자본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을 것이다. 최근 우수한 스타트업들을 미팅하다 보면 한국 VC보다 글로벌 VC 투자 유치를 선호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었고 더 큰 자본을 공급받기 위해서는 글로벌 자본시장의 VC나 운용사와 접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한국의 벤처투자 회사, 벤처투자 자본들이 스타트업에게 경쟁력 있는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글로벌 자본 시장에 대한 접근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벤처투자의 회수 시장에 대한 전략적 폭을 넓혀야 할 필요도 있다. 국내 벤처투자 회사에게 투자 유치를 하여도 이후 투자 라운드에서 해외투자 유치, 해외 M&A, 해외시장 상장 등 글로벌 자본을 활용할 수 있는 열린 기회를 찾을 수 있어야 스타트업이 국내 벤처자본 시장을 신뢰하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글을 마치며, 쿠팡의 NYSE 상장이 성공한다면 한국의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크게 축하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한국의 스타트업으로 현대 자본주의의 상징인 NYSE에서 알리바바 이후 최대 규모 해외상장기업으로 상장하는 것은 영광이다. 단, 이 영광이 일시적이지 않기 위해서는 앞으로 성장하는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벤처자본 시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한국의 벤처투자시장의 확장성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 본문의 견해와 주장은 필자 개인의 것이며, 한국벤처투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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