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 Trend

행동인터넷(Internet of Behaviors), 새로운 트렌드라고 부를 수 있는가

명승은 벤처스퀘어 대표
#행동인터넷#IoT#행동과학#안면인식

가트너사에서 만든 신조어

세계적인 정보 기술 연구 및 자문 회사 가트너(Gartner)사는 2020년 10월, ‘가트너 IT 심포지엄/XPO 아메리카’ 행사에서 공개한 ‘2021년도 주요 전략기술 트렌드(Top Strategic Technology Trends for 2021)’ 중 1번으로 ‘행동인터넷(Internet of Behaviors)’을 꼽았다. 그리고 그 뒤 약 3개월이 지난 지금 행동인터넷을 검색해보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주요 기술’ ‘향후 유망 기술’ 등으로 설명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다만 정확히 이 기술이 무엇인지는 여러 기사를 봐도 명확히 알 수 없다.

당연한 일이다. 행동인터넷이라는 용어는 가트너사가 만들어낸 것으로, 2020년 말 처음 등장한 용어다. 가트너가 공식적으로 언급하기 전에는 없던 단어였던 것. 하지만 단어의 어원을 살펴보면서 정확한 뜻을 알아볼 수 있다. 경제정보센터 웹사이트에 류한석 기술문화연구소장이 기고한 글에 따르면, 행동인터넷은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에서 유래한 신조어다. 다만 사물인터넷이 사물들로 연결된 인터넷을 뜻했다면, 행동인터넷은 사람들의 행동으로 연결된 인터넷을 말한다.

활동데이터로 인간 행동의 변화를 가져와

사물인터넷 개념에서 인터넷에 연결된 디바이스가 각종 센서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 특정 행동을 자동으로 수행하듯이, 직원, 고객 등의 정보를 파악하고 특정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동하는 것이 활동데이터라고 류한석 소장은 설명하고 있다. 즉 인터넷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해 인간의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행동인터넷의 목표다. 그리고 인간의 행동을 수반하는 만큼 행동인터넷은 ‘행동과학(behavioral science)’이 적용된 것이 특징이다. 행동과학은 사회 및 조직에 영향을 미치는 인간 행동을 체계적으로 규명하기 위한 노력으로 감정, 의사결정 등의 심리적 요소와 기술과의 관계를 복합적으로 다룬다.

센스타임 로고

CCTV 기술을 예로 들 수 있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카메라로 실시간 도로 모니터링을 수행하는 시스템은 기존의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감정적, 심리적으로 이상 행동을 하는 인물을 인지해 담당자에게 위험성을 알린다. 보안 담당자는 이상 행동을 하는 인물의 위치를 가까이 있는 보안 요원에게 공유해 사전에 사고를 방지한다.

코로나 시대에 행동인터넷의 일반적인 예로 많은 전문가들이 꼽는 사례는 열 감지 기능이다. 코로나 19 사태가 1년 이상 지속되며 수시로 손을 소독하고, 열을 재는 것은 시민들에게 필수 절차가 되었다. 그리고 그 절차를 더 간편하게 만들고, 모든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지킬 수 있게 하기 위해 카메라, 각종 센서, 인공지능 등 다양한 기술을 사용하게 되었다. 카페나 회사 등 공공 장소에 들어가기 전 열을 재는 것과 개인 정보 기록의 의무화는 데이터 수집에 정당성을 부여하며 행동인터넷 트렌드를 더욱 가속화하는 중이다.

행동인터넷에 대한 개념과 사용 방식이 일반 시민들에게도 익숙해지는 만큼 업계 내 투자 사례를 여럿 볼 수 있다. 다만, 행동인터넷에 대한 투자라기보다는 행동인터넷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에 대한 투자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더 정확할 수 있겠다. 행동인터넷 관련 기술로는 얼굴과 음성 인식, 소셜 미디어 등 다양한 소스에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술과 축적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빅데이터 기술, 인공지능 기술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가트너사가 발행한 <2021 최고 전략 기술 동향> 중 일부

안면 인식‧음성 인식 분야 각광

Verto Analytis 서비스 화면. [출처]_Verto Analytics 홈페이지

안면 인식 분야는 2020년 코로나로 투자가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전세계적으로 각광받은 분야다. 홍콩의 얼굴인식 기반의 AI 스타트업 센스타임(Sensetime)은 지난 6월 6억 2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C 투자를 유치, 전체 30억 달러가 넘는 투자액을 기록했다. 센스타임은 홍콩 최대 규모의 안면 인식 기술 보유 기업으로, 이미지 분석에 대한 경험에 기반, 질병 진단과 자율주행까지 영역을 넓혀가며 한국에도 지사를 설립한 바 있다. 이밖에도 2020년 4월 캐나다의 코사이트 에이아이 (Corsight AI)는 5백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안면 측정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나섰고, 같은 해 9월 이스라엘 기반 안면 인식 스타트업 애니비젼 (AnyVison)은 4300만 달러 투자금을 유치한 바 있다.

음성 인식 분야도 안면 인식 분야와 더불어 보안 및 기업들의 마케팅 활동에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보안 측면에서 보면, 목소리는 가장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생체 인식 특성 중 하나이기 때문에 신분 확인을 위해 점점 더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한편, 마케팅 활동의 예는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음성 인식 기반으로 검색을 하는 이커머스 쇼핑몰, 스마트 티비 내에서의 검색 등 소비자 편의를 위한 서비스는 이제 기본이 되었다. 이제 음성 기반 서비스는 소비자의 데이터를 축적, “오늘 날씨가 추우니 따뜻한 라떼를 마셔보는 게 어때요?” 등의 소비자와의 정서적 교감에 따른 행동 권유도 가능한 수준이다.

AI스피치 로고

이와 같은 강점을 기반으로 음성 인식 스타트업은 순항을 보이고 있다. 특히 활자 종류가 복잡하고 많아 음성 인식 분야가 각광받고 있는 중국에서 더욱 두각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5월 CTC캐피털이 주도하는 약 704억 3,800만 원 상당의 시리즈 E라운드 자금조달에 성공한 AI스피치 (AISpeech)를 들 수 있다. AI스피치(AISpeech)는 음성 인식, 합성, 목소리 지문 인식(성문 분석을 통해 화자를 구별하는 기술), 자연어 이해 및 처리, 지능형 대화 등 자연 언어 상호작용 기술을 토대로 음성 생체측정 기술과 화자와 화자의 음색을 분석할 수 있는 음성 보조 플랫폼을 개발한 바 있다.

한편, 안면 인식 이외 다른 정보를 체계적으로 모으는 빅데이터 기술을 가진 기업도 행동인터넷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헬싱키와 뉴욕에 기반한 소비자 분석 스타트업인 버토 애널리틱스 (Verto Analytics)가 좋은 예다. 2020년 1월, 버토 애널리틱스는 약 1,400만 유로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버토 애널리틱스는 브랜드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가치관, 연령대, 흥미도 등 여러 변인을 토대로 브랜드에 대한 전반적인 태도를 측정할 수 있는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버토는 2019년 세계 최초로 미디어, 이커머스, 인터넷 및 앱/게임 도메인의 고객 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을 선보인 바 있다.

알체라 서비스 설명 화면. [출처]_알체라 홈페이지

국내 기업의 사례도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안면 인식 기업 분야의 알체라는 미국표준기술연구소가 실시한 미국표준기술연구소가 2019년 실시한 얼굴인식벤더테스트(FRVT, Face Recognition Vendor Test)에서 앞에서 언급한 센스타임 대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알체라는 2016년 설립 뒤 3년 만에 12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2019년에는 미국의 4대 엑셀러레이터 '플러그앤플레이'가 육성하는 스타트업 배치 파이브에 선정된 기업이다. 알체라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알체라 엔진은 AI 기술을 적극 활용, 2D(차원) 안면 정보에서 인물의 윤곽을 파악한 뒤 눈·코·입과 눈썹 등 5가지 포인트를 중심으로 안면을 수백 조각으로 나눠 분석해 하나의 얼굴에서도 수백 개의 특징을 분석한다. 개인별 수많은 특징을 구분하는 것이 알체라의 핵심 기술력으로, 알체라는 얼굴을 50% 이상 가려도 인식할 정도로 정확도가 높다. 이와 함께 3D 안면 인식도 제공하는 것도 알체라의 강점이다.

이에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신한카드, 외교부, LG CNS 등에 기술을 공급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얼굴 인식 기술을 활용해 걸어가며 출입국 심사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한편, 알체라는 국내 영상인식 인공지능(AI) 전문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지난 2020년 12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바 있다.

스켈터랩스 제품 이미지. [출처]_스켈터랩스 홈페이지

2025년 인구 절반 이상 사용할 전망

음성 인식 분야에서도 국내 스타트업은 눈에 띄는 발전을 보이고 있다. 대화 기술과 초개인화 기술을 핵심 역량으로 보유한 스켈터랩스는 2020년 8월, 177억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스켈터랩스가 특히 주력하고 있는 것은 기계 독해 엔진이다. 스켈터랩스 조원규 대표는 작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의 챗봇의 한계로 경우의 수를 두고 한정된 답안만을 제공하는 것을 꼽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스켈터랩스의 기계 독해 엔진에 사용자의 의도를 인식하고 분류하는 기술을 향상시켰다고 말했다. 즉, AI가 말귀를 알아듣는 수준을 차별화한것. 이에 챗봇과 사용자는 더욱 심층적인 대화를 할 수 있게 되며 소비자의 행동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밖에도 음성 인식 분야는 외국어 학습, 문자 기록 등 여러 분야에서 적극 활용되며 사용자들의 행동양식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게임 기반 영어학습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두랩스는 지난 10월 105억 규모 시리즈 A를 유치한 기업으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기술에 기반해 자체 개발한 음성 인식엔진을 보유하고 있다. 호두랩스의 음성 인식 엔진은 하루 평균 약 60만 건에 달하는 아이들의 음성 데이터의 머신러닝을 통해 분석하며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스위치 서비스 화면. [출처]_아틀라스랩스

한편, 전화 모바일 앱 ‘스위치’를 제공하는 아틀라스랩스는 지난 8월 40억 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스위치는 ‘미래에서 온 전화기’로 불리는 신개념 서비스로, 기본 전화 기능, 통화 녹음, 통화 내용의 실시간 대화형 문자 기록, 통화 내용의 검색, 분석, 데이터 관리 등을 제공한다. 포스코ICT, 오뚜기, 예스24, KT DS 등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아틀라스랩스는 최근 2021년 1월, 아이폰 iOS 버전을 공식 출시를 발표하며 AI 음성 인식 기술로 사람들의 일상에 도움을 주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음성 인식, 빅데이터, AI, 안면 인식 등. 우리에게는 이미 익숙한 용어들이다. 이 기술들은 ‘행동인터넷’이라는 용어 하에 묶임으로서 새로운 트렌드로 불리고 있는 중이다. 어디서 많이 본, 익숙한 모습 아닌가? 사실, 행동인터넷 개념은 예전부터 우리 삶에 있었다. 다만 코로나 19로 인한 급격한 사회의 변화로 인터넷의 이러한 기능이 우리 삶에 더 많이, 더 비중 있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트렌드의 사전적 의미는 “사상이나 행동 또는 어떤 현상에서 나타나는 일정한 방향”이라고 한다. 그리고 주요 트렌드는 이러한 일정한 방향 속에서도 우리의 눈에 잘 보이는 부분이지 않을까. 가트너 리서치 부문 부사장인 브라이언 버크가 “2025년 말이면 개인용, 상용, 정부용을 막론하고 적어도 한 가지의 IoB 프로그램이 전 세계 인구 중 절반 이상에게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듯, 행동인터넷은 이미 물결을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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